답답한 도시와 화려한 소음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
하지만 우리는 늘 도시로 돌아오게 된다.
벗어나고 싶은 소망은 열린 문 속으로 향하는
바람으로 전달되며 문을 크게 열수록 강해진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천은 부유하고
프레임 너머의 풍경을 향해 펄럭이지만
천은 공간에 묶인 채 떨어지지 않고
관객 역시 스크린에 가로막혀 문 너머로 나아갈 수 없다.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된 경험은
관객을 현실에서 분리된 변형된 풍경 속으로 안내하며
문을 닫는 것으로 다시 본래의 현실로 복귀한다.
< City'scape + Tied > 는 ‘문’이라는 물리적 장치를 매개로
도시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체험하는 상황 디자인이다.
전시 공간 전체를 하나의 도시 공간으로 상상하여
화려한 전광판을 등지고 골목으로 들어가는 흐름 속에서
관객은 문을 여는 행위를 통해 일상적인 도시 공간 속에서
사적이고 몰입적인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 Post-Vanishing > 은 < Vanishing 2.0 > 이후
자연•인간•기술이 서로 얽히며 끊임없이 변형되는 도시의 모습을
생명체에 빗대어 탐구하는 영상 작업이다.
< Vanishing 2.0 > 의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한 생명체를
시작점으로 삼아 이를 도시를 상징하는 매개체로 제시한다.
세 생명체들은 인간이 사라진 후에 도시가 관성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한 극단을 상상한 결과물로
각각 도시의 물질, 연결, 표면을 상징하면서
고유의 특징적인 성질을 지닌다.
“꿈틀이”는 뼈, 구리, 금, 철,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거대 원기둥의 형태로 낮 동안
지상과 지하를 왕복하며 개발을 멈추지 않는다.
“뱅뱅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된 도로가 끝내 서로 이어져
엉킨 구의 형태를 지니며 주로 낮에 활동하지만
밤에도 중앙선을 빛내며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번쩍이”는 정육면체 콘크리트 표면에
유동적인 전광판이 붙어 움직이며
끊임없이 반복되는 광고들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세 개의 면으로 구성된 미디어 월은 익숙하지만
낯선, 외계 행성처럼 설계되며
관객은 스크린 사이를 유영하는, 인간의 손을 떠난
먼 미래의 신비로운 도시-생명체들을 마주한다.